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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기] 워낭소리

코리안박 2009. 3. 17. 21:35


며칠 전, 고향 친구에게 전화를 했는데, 전화를 안 받아서 서운한 적이 있었어요.
몇 시간 후에 연락이 왔는데, 슬프다는 말과 함께 이 영화 <워낭소리>를 보고 있어서 전화 못 했다고 하더군요.
그 당시에는 <워낭소리>가 크게 알려진 때가 아니어서, 무슨 영화길래 슬플까 궁금했었죠.
인터넷으로 검색해도 최노인과 소의 오랜 우정 정도로만 나와 있고, 그 슬픈 감정이 잘 전해지지 않았죠.
그 슬픈 마음, 지금 하나하나 풀어보겠습니다 :D

 

 1. 30년지기 오랜 벗   

 



소의 나이는 마흔; 인간에게 마흔은 자식을 기르고, 한창 자신의 분야에게 성과를 이루는 나이지만,
소에게 마흔이라는 나이는 노년을 넘어 최고령 정도라고 할 수 있는 나이입니다.
보통 15년이 소의 수명이라니 40년을 살아온 소의 연로함이 느껴지지 않나요.

최노인 또한 80세의 할아버지십니다.
다리는 얇고 힘이 없어 오래 걷지도 못 하시고, 매번 기어다니기 일쑤죠.
소가 없다면 먼 곳까지 나가지도 못 하는 고령의 할아버지십니다.

이 노령의 소와 할아버지께서 30년 동안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 살아온 지 어언 30년이랍니다.

 

 2. 서로를 위하는 마음   

 



이 영화를 처음 볼 때, 고집스런 할아버지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마치 이 할아버지에게만 세상의 시간이 비껴간 것처럼,
할아버지는 모든 현대 문명을 거부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옆 논에서 모내기를 기계로 손쉽게 해낼 때,
할아버지는 소를 이끌고 논을 가르고, 모내기를 직접 하시는 거예요.
또한 논에 농약 한번 안 하니 메뚜기가 극성을 부리고요.
'답답하다, 답답해' 할머니의 말이 바로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죠.

왜 그렇게 조선시대랑 변한 게 없이 똑같이 사시는 건지, 참 알 수 없더군요.
자식들이 없는 것도 아니어서, 하루 빨리 소를 팔고, 농사도 접고 편히 사시라는 자식들의 말도 다 무시하시더군요.

할아버지에게는 소가 가족이며, 친구인 거예요.
기계로 일을 하게 되면 소랑 함께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아시는 할아버지께선 차마 소를 팔고 농사를 접기는 어려우셨겠죠.
다리가 성치 않아도 소에게 줄 풀을 뜯어오는 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를 위해 성치 않은 몸으로 농사를 짓는 소.
서로가 몸이 성치 않아서 큰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같이 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겐 큰 행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한 이들에게 다른 선택이란 있을 수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3. 노부부를 괴롭히지 말기   

 




이 영화를 보다보면 할아버지가 소를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셨는지를 잘 느낄 수 있어요.
처음엔 소를 너무 혹사시킨다고 생각했지만, 옛날부터 소를 이용하여 농사를 지어온 할아버지께는 당연한 일상일 뿐이고,
오히려 소를 위해 매일 죽을 쑤고, 논에 농약을 쓰지 않는  할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씨를 알게 되었죠.

소가 죽을 때엔 조금 슬펐지만, 제 슬픔보다 평생 지기를 잃은 할아버지가 훨씬 더 슬프셨을 거예요.
근데 최근에 <워낭소리>가 알려져서 할아버지 동네가 관광지가 되었다고 하네요.
<워낭소리>가 알려지고, 흥행이 되어서 내심 기쁘지만, 노부부가 관광객들때문에 홍역을 치룬다니 큰일이예요.
최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기 고장의 관광코스에 노부부의 동네를 넣었다니 더욱 큰일이예요.

영화촬영도 힘들게 하셨는데, 노부부께 다시금 자유를 되돌려 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아름다운 우정, <워낭소리> 포스트를 마칩니다.

p.s       <워낭소리>를 영화관에서 못 보신 분은 어둠의 루트에서 다운 받아서라도 한번 보세요.
            dvd 버전이 나돌아 다녀서 다운 받기 어렵지 않아요.

요즘 수입쇠고기 문제로 시끄러운데, 수입 쇠고기의 가장 큰 피해자는 바로 소를 키우시는 분들인 거 같아요.
이 영화에서도 최 노인이 송아지를 팔려고 하는데 수입쇠고기 때문에 좋은 값에 팔지도 못하고,
사료값은 올라서 키우지도 못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팔 수 밖에 없었는데요.
다운받아서 보시더라도 한우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시길 바래서 그래요.ㅋㅋ
이명박 대통령이 워낭소리를 봤다고 하던데 어떻게 느끼셨는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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